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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희망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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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이 걸렸다.
2014년 제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세 차례 임기만료로 폐기된 끝에, 2026년 8월 20일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소셜벤처를 하나의 정책 틀로 묶고, 대통령 소속 발전위원회와 5년 단위 기본계획, 사회연대금융이라는 새로운 통로를 만들었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이후 20년 만의 제도적 도약이라 할 만하다.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법이 호명한 조직들의 명단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끝내 나오지 않는 이름이 하나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다.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의 국제적 원류는 1991년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법이다.
그 법이 규정한 두 유형 가운데 B형, 곧 노동통합형 협동조합이 오늘날 유럽이 말하는 노동통합형 사회적기업(WISE)의 출발점이 되었고, 그 B형이 겨냥한 가장 전형적인 대상이 바로 장애인이었다.
시장이 고용하지 않는 사람을 생산활동을 매개로 사회에 되돌려 놓는 일, 그것이 사회연대경제의 발생적 정의다.
새 법 제2조 역시 사회연대경제를 “호혜협력과 연대를 바탕으로 공동체 구성원의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하여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으로 정의한다.
이 문장을 그대로 읽으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이미 그 안에 있다. 빠진 것은 개념의 문제가 아니라 소관부처의 문제다.
복지부 소관이라는 이유로, 이름표가 ‘시설’이라는 이유로 명단에서 누락된 것이다.
법은 자활기업을 사회연대경제기업에 포함했다.
타당한 결정이다. 그런데 자활기업의 근거법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곧 사회복지법이다. 공적 재정과 사업수익을 병행하고 취약계층의 노동통합을 핵심 기능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장애인직업재활시설과 구조가 같다. 다른 것은 단 하나, 대상집단이 근로빈곤층이냐 중증장애인이냐다.
대상이 빈곤층이면 사회연대경제기업이고 장애인이면 아니라는 구분에 어떤 합리적 근거가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입법 재량이 아니라 차별이다.
더구나 적지 않은 보호작업장과 근로사업장이 이미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거나 사회적협동조합 지위를 함께 갖고 있다.
실질은 이미 사회연대경제 안에 있고, 법적 범주만 밖에 세워둔 셈이다.
더 뼈아픈 대목은 따로 있다. 새 법이 육성수단으로 채택한 핵심 장치는 공공기관의 우선구매다. 공공기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사회연대경제기업 구매목표를 구매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공공조달로 사회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이 발상의 국내 원형이 무엇인가.
2008년 제정된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이다. 목표비율의 법정화, 구매계획 수립과 실적 점검이라는 설계까지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제도의 원형을 제공한 당사자가 정작 그 제도의 적용대상에서 빠졌다.
이것은 형평의 문제이기 이전에 정합성의 문제다.
제외를 두고 “기존 제도는 그대로 두니 손해는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같은 조달예산 안에 사회연대경제기업 의무구매라는 새 항목이 신설되면, 기존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실적과 경쟁관계가 형성된다.
한정된 예산에서 새로운 의무가 생기면 기존 의무는 밀린다. 배제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리는 것이다.
사회연대금융을 통한 투자·융자·보증, 국공유재산 사용료 감면, 중간지원조직과 성장 지원, 공동브랜드와 지역클러스터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대통령 소속 사회연대경제발전위원회는 현장 전문가와 조직 대표가 전체 위원의 과반을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자리에 장애인 노동통합 영역의 목소리가 없다면, 앞으로 5년 단위로 수립될 기본계획 전반에서 장애 의제는 구조적으로 누락된다.
「장애인권리협약」이 말한 “우리에 관한 것은 우리 없이 결정하지 말라”는 원칙이 정확히 이 지점을 가리킨다.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2027년 상반기가 실질적 출발점이고, 지금은 시행령을 만들고 범정부 기본계획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바로잡을 수 있는 시점이라는 뜻이다.
요구는 분명하다. 첫째, 시행령에서 사회연대경제기업의 범위에 「장애인복지법」 제58조에 따른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명시할 것.
둘째, 기본계획에 장애인 노동통합을 독립 부문으로 편성하고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시행계획과 연계할 것.
셋째, 발전위원회와 지역위원회에 해당 분야 현장 대표를 위촉할 것.
넷째, 두 우선구매제도가 서로를 잠식하지 않도록 산정기준의 정합성을 확보할 것.
사회연대경제는 시장이 풀지 못한 배제의 문제를 호혜와 연대로 풀어온 경제활동의 총칭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 원리를 가장 오래, 가장 우직하게 실천해 온 현장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다.
13년을 기다린 법이 정작 그 원형을 남겨둔 채 출발한다면, 이 법이 내건 ‘통합’이라는 말은 절반만 참이 된다.
남은 절반을 채울 시간이 아직 있다.